마무리. 근황. diary

잠깐 몸 담았던 일이 끝이 났다.
다시 백수가 됐다.
이틀이 지난 지금. 뭔가 정리를 하고 싶어서.

그간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했고,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통칭 A와는 안정된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

새로운 만남 - B는 평범한 사람이다.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느정도 피곤한 면을 띨 수 밖에 없나보다.
우리는 모 아니면 도인 관계를 시작했고,
그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아 지금 데자뷰네- 이렇게 될걸 예상했었나. 카페에 앉아서 씁쓸한 결말을 적고 있는 지금 너무나도 데자뷰.
다시 B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B는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약간은 촌스러운 사람.
하지만 자신의 재미 없음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이것저것 많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연두는 내가 설명하는 B의 모습을 듣고는 원래 그런사람 아니야? 라고 했는데,
글쎄 내 느낌은 진짜 같지가 않다. 
진짜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 나는 그걸 무너뜨리고 싶어진다.
그런 척을 보면 부끄럽게 만들고 싶달까..
아무튼 B는 그런 사람이다. 많은 것을 하는 사람.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그런 사람. 
하지만 의외로 통찰력이란게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1. 너는 실전에 강한 사람 같은데? - 맞다 나는 실전에 강하다. 뻘소리 하고 도망쳐도 그냥 실전에선 해낸다. 가끔 잘 해내기도 한다.
2. 혹시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거 아니야? - 어느정도 맞음. 내 기준을 만족시키는 남자는 잘 없지. 그리고 당신은 여자인걸.
3. 하나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그와의 모습에서 나만을 볼 뿐이다.
재미없다.

A와의 관계를 조금 인정하기로 했다. 조-금.
아주 몇 문장으로 뭔가를 이야기 하려 했는데, 전부를 말하진 못했다.
언젠간 기회가 되면 우리 관계를 내가 생각하는 우리 관계를 이야기 하고 싶다.
미래를 계획하지는 않는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멋진 사이가 될리는 없다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한테 어느정도 중요한 사람이라고.
너를 마냥 가볍게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우리 사이에 어느정도의 우정이 존재한다고.
그래. 너는 어떨까. 너는 우리 관계에 이만큼 고민을 할까.
일상을 공유한다는건 좋은 느낌을 주는 일이라는걸 다시금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A가 소시지를 구워주었다. 편하지 않은 사람과 밥을 먹는건 내게 조금 힘겨운 일인데,
그런데 A가 밥을 먹고 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바닥에 누워서 요리하는 A의 순간을 남겼다.
뭔가를 해주는 모습이 좋긴했다. 너무 연인같지 않기를 머리속으로 그리면서, 
마음이 이리 저리로 왔다갔다 한다.작은 사소한 행동에 선을 넘지 않기를.
우리가 연인은 아니니까.
연두에게 A를 설명하면서 내 마음은 정리가 되어져 간다.
연두는 예견했다. A가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떨거 같냐고. 나는 슬플것 같다 이야기 했고,
연두는 단호하게. 아니- 마음이 찢어질걸. 이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분명히 사랑이 아닌데, 사랑까진 아닌데. 그럼에도 내게서 떠나가면 마음이 아플것 같긴 하다.
그럼 먼저 떠나야지 했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필요할 때까지 이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약간은 다른 의미로 소중한데, A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당신의 사진을 보고서, 변하지 않은 카메라를 쥔 모양새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변하지 않기를 당신이, 그냥 여전히 그대로이기를.
그 모든 것이 그대로이기를 바라지만,
이미 모든 것이 변한걸 안다.
그게 내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유이겠지.
여전히 예쁘고 그리운 당신의 모습.





열. diary

새벽부터의 열의 연락은 뜻밖이었다.
우린 평소에도 그리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이였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가끔 인사를 주고 받는 사이였다.

그래서, 
오늘 새벽 열의 연락은 뜻밖이었다.
내가 꿈에 나와서 자신을 불렀다고 했다.
나는 오랜만에 열의 꿈에 놀러간것이라고 대답 했는데,
열은 알까.
나에게 꿈을 꾼다라는건, 생각보다 아주 큰 의미라는걸.
그래서, 열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열은 지금 목포에 있다고 했다.
열의 집이 목포였던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열은 지금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 있다고 이야길 해줬다.

괜찮아- 라는 말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의 말에
나는 그냥 머리가 멍해졌다.
열의 문자 너머로 약간의 지침이 느껴졌다.
열의 말대로 대학때부터 오늘의 꿈까지 우리가 얼마나 알고 지냈을까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열에게 나는 항상 어떤 사람이었을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싫어진다.
친구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라는 열의 말이.
나의 지금의 쓸쓸함에 아픔을 더한다.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 이와 함께
나를 온전하게 이해했던 이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보면서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열과의 대화는
나를 더욱더 현실의 끝에서 허우적 거리게 만든다.

결국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에게
너와의 섹스가 나를 쓸쓸하게 만든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다시 혼자가 된다.

나는 괜찮고 싶다.
괜찮아-
라는 말에 슬픔이 목구멍에 차오른다.


나이. diary

어느새 나이를 이만큼 먹었다는 사실에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
오늘 현대인들의 새로운 나이 계산법이라는 뉴스를 보고서 나도 해봤다.
24세. 내 생물학적 나이말고 사회적 나이는 24세 라고 하는데,
진짜일까.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24라는 숫자가 나를 평안케 한다.
신기하지.
정의 되어 지는 것들의 힘은 대단하다. 

나이를 먹었으니 당연히 결혼이 최대 화두다.
다시 한국으로 왔을 때 나를 그렇게 불안에 떨게 했던,
자유롭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던 나를
다시 현실로 끌고 내려왔던 '결혼'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사실 결혼할 상대도 없지만 여전히 나는 생각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웃기다.

오늘 봄을 닮은 언니가 얘기했다. 결혼하기 이전의 인연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너무나도 확실하고 차갑고 명확하게 주저없이.
결혼한지 한달 가량 된 봄을 닮은 언니.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도 나를 평안케 한다.
그래.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언젠가 어떤말을 하게 될까.
나도 봄을 닮은 언니처럼의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까.

M은 모든 것이 나 자신의 문제라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스스로의 불안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사실 생각의 끝엔 늘 내가 있다고 했다.
그래. 어쩌면 맞는 말일수도.
나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해 나는 이렇게 힘든 중생이다.

다시 내 나이로 돌아와서 여전히 뭘 얼마나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지친다.
내일 세상이 없어진다면 뭘할래 라고 묻고 하고 싶거나 해야되겠다 하는게 있어야 하는데
없다.
아 아 없다.
많은 시간이 의미없이 흘러간다.
도통 찾을 수 없는 의미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diary

지난날.

그 지난날에 내가 스스로를 상처받지 않는 사람으로 알고 있던 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할 수 있었으니까. 응. 사랑없는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쿨하고, 아니 나는 쿨하고. 그한테 그리 원하는 것도 없고,
그냥 내 헛헛함이나 채워줄 수 있겠지 하고 시작했었는데,
그게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나는 쿨하지도 않고, 쿨할수도 없고, 너무 여렸다.
나는 마지막엔 거의 나를 벼랑끝으로 몰고 갔었던 것 같다.
그가 나를 보던 눈빛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는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할 수 없을 거라는걸.
그렇게 나 스스로를 더 아픈 곳으로 몰아갔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당신.

실은 제일 염두에 두고 있던 사람은 당신이었다.
그래 내가 이제 이렇게 하고 나면 당신을 좀 정리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한텐 그런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아니면 겁이 났던 걸 수도 있고. 
절대 당신을 잊지 못할까봐.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사실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다. 이 사람은 내 이상형도 아니고, 
함께 있으면 나는 몸에 힘을 많이 줘야 하는 그런 사람이니까. 
우리는 사랑할 필요도 없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대화가 잘 통하는 듯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고.
관심사도 같지 않다. 
나는 이 사람 앞에서 또 다른 가면을 써야 한다.
그래 이 가면도 내가 만든거니까, 결국 나 이기는 한데,
나는 점점 내가 걱정이 된다.

어제밤에는,

마주 앉아도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왜 제대로 보지 않느냐고 했지.
내가 부끄러움이 많다 생각했을까.
나는 이 사람의 존재가 아직 내게 어떤 존재인지 정의하지 못했다.
이이의 눈을 보아도 나는 이 사람을 정의내릴 수 없다.
그걸 알려고 하는게 내게 불안함을 주기 때문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알고 싶지 않다. 이사람의 생활을 생각을.
그게 다시 내 생활이 될까봐.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될까봐.

다시 사랑없는 섹스를 하는 지금.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미 시작된 이 관계를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불안정해서 인지, 나는 원래 이런 거에 약한건지 모르겠지만.
자꾸 이 사람의 다정함이 생각난다.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다정한게 낫지 않냐 하다가도
다정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사랑이 아닌 건 알겠는데, 우리 관계에서 어디까지 기대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다.
팔베개를 싫어하는데, 니가 잠결에 했던 말이 자꾸 또렷하게 생각난다.

팔베개 해줄게.
이렇게 쓸쓸할 수 있을까.




영화. diary

M이 내게 영화를 선물했다.
요즘 계속 영화만 주구장창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무력함의 깊이를 아는 M이 더 치밀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 했는데, (오징어처럼)
그래서 영화만 보고 있다. 며칠 째.

나는 픽션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어디로 가나 했는데, 지금 발 밑을 보니 나는 현실과 공상의 중간이다.
현실로부터 한 발자국 비켜 서 있는 내 모습이 낯설면서 익숙하다.
두 발이 둥둥 떠다닌다.

자다가, 영화를 보다가, 다시 자다가. 먹는게 없으니 화장실도 덜 간다.
몇 주 전에는 배가 고프고 화장실을 가고 하는게 그렇게 귀찮고 싫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살아있는 느낌이 나긴 했었지.
지금은 뭐랄까. 간신히 조용히 숨만 쉬는 느낌이다.
언제고 눈물이 날 수 있는 상태.

언제 발걸음을 다시 현실로 돌리지?
언제할까.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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